서양에서는 생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부모와 다른 방에서 아기를 잠재우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아이가 상당히 큰 뒤에도 부모 옆에서 자는 것을 허용하고, 심지어 초등학생이 된 뒤에도 함께 자기도 한다.

이런 한국의 문화가 꼭 나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자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의 성생활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도 그만큼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가 서너 살 때 부모의 성생활을 목격하면 아이는 몹시 놀라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도 부모, 특히 주 양육자인 어머니에게 몹시 의존적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아프게 한다고 오해하고 몹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부모들은 아이가 자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성생활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심리 치료 도중 아이가 그대로 그 장면을 재현해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성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싸움이나 이상한 행동이라고 이해하고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5, 6살 이상의 아이들은 성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성 부모를 사랑하고 동성 부모를 무의식적으로 라이벌로 생각하는 심리적 발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결혼하고 싶다는 무의식적 소망을 가진 딸이 부모의 성생활을 목격했을 때 어떤 심정일지 상상해 보자.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볼 때 얼마나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인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부모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있다. 실제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이 갑자기 소변을 지리는 등 퇴행 행동을 보이거나 ‘분리 불안’이 생겨 병원에 오기도 한다.

심지어 부모의 성생활을 목격한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그 기억이 강렬하게 마음에 남아 이성 교제나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이 모두 심리적 이상 반응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성생활을 목격하는 것은 많은 아이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심리적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최선의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 자녀를 데리고 자면서 심리적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자고 있더라도 옆방으로 가서 사랑을 나누는 신중함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의진/연세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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